애플은 MacOS 소노마에 본격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맥 화면보호기 (항공사진 스크린세이버:Aerial Screensaver) 를 기본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플이 무엇을 위해 자연 화면보호기에 이토록 진심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잠시 쉬어가는 감성적인 포스팅 입니다)

애플 자연 화면보호기

자연을 강조하기 시작한 애플 (2013)

애플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배경화면을 꽤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이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iOS 7과 OS X Mavericks(2013년) 무렵부터입니다. 이 시점부터 애플은 단순한 인위적인 그래픽 디자인 대신,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이미지를 통해 제품의 시각적 매력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폰과 맥에서 자연 풍경, 꽃, 우주 등 다양한 자연 요소를 담은 고해상도 배경화면을 제공하여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iOS7 자연 배경화면
iOS7에 탑재된 자연 배경화면 (2013)

아래는 아이폰6s 시리즈(2015년)에 사용된 보라색 피오니(Peony, 작약) 배경화면입니다. 제가 골드 아이폰6s Plus 사용할 때 최고로 애정했던 배경화면입니다. IT 기획자였던 저의 차가운 심장을 따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배경화면 이었습니다.

iPhons6s 배경화면 피오니
iPhons6s 배경화면 보라색 피오니 (2015)

애플, 자연 사랑의 절정 : Underwater (2019)

개인적으로 애플의 자연 사랑에 절정을 보인 시점은 2019년 9월 tvOS 13을 통해 선보인 “Underwater : 수중” 화면보호기라고 생각됩니다. 이 수중 화면보호기는 Apple TV 4K와 Apple HD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Underwater : 꼬치고기 무리
Underwater : 꼬치고기 무리

Underwater 맥 화면보호기, 진짜 vs CG?

진짜 촬영한거냐, CG로 작업한거 아니냐 등 큰 화제를 모은 만큼 당시 해외 커뮤니티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내부 프로세스와 절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한 촬영 감독의 블로그에서 제작 뒷이야기를 일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애플은 2019년 BBC의 Natural History 부서에 “Underwater” 프로젝트를 의뢰했다고 합니다. 로저 먼스, 로저 호록스 2명의 수석 촬영 감독이 최대 8K 해상도의 Red DSMC2 Helium 카메라로 2~3주에 걸쳐 촬영했습니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보통 자연물 촬영은 50~100개의 컷을 통해 스토리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플의 요구사항은 움직이는 생물을 생생하게 담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요즘 용어로 풀어보면 “One take scene”라는 뜻이겠죠? 그의 표현을 빌리면, 홀인원을 될 때까지 반복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촬영 감독 추천작 : 소코가오리 (멕시코)

저는 항상 창작자의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항상 창작자 본인의 추천을 묻습니다. 디자이너 시안을 평가할 때 디자이너 본인의 추천안을 항상 물어보는 것 처럼 말이죠.
촬영 감독 로저 먼스는 멕시코에서 촬영한 소코가오리편을 가장 추천한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보시죠.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멕시코에서 소코가오리를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약 1000마리의 가오리가 ‘날아다니는’ 느낌을 포착하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가오리가 우아하고 부드럽게 푸른 바다 위를 유영하는 모습에 완전히 몰입해 마치 가오리가 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Roger Munns
촬영 감독의 추천작 : 소코가오리(멕시코)

아래 유튜브에서 애플의 자연사랑을 담은 화면보호기 전체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 자연 화면보호기 전체 감상하기

Underwater 맥 화면보호기 종류

애플은 Apple TV를 보유하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멋진 수중 화면보호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맥OS 소노마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맥 소노마 수중 화면보호기
맥 소노마 수중 화면보호기

Underwater 촬영감독과 촬영 장소(해역)

궁금해서 찾아 본 김에 정리도 해봤습니다.

  • 꼬치고기 무리 (Roger Munns / 말레이시아 시파단)
  • 범프헤드 (Roger Munns / 말레이시아 시파단)
  • 캘리포니아 켈프 숲  (Roger Munns / 캘리포니아)
  • 위에서 본 홍해 산호 (Roger Munns / 홍해, 이집트)
  • 소코가오리 (Roger Munns / 멕시코)
  • 회색 암초 상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 혹등고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 줄전갱이 무리 (Roger Munns / 말레이시아 시파단)
  • 다시마 (Roger Munns / 남아프리카, 캘리포니아)
  • 알래스카 해파리 (Roger Munns / 알래스카)
  • 팔라우 산호초 (Roger Munns / 팔라우)
  • 해파리 다크/라이트/블루 (Roger Munns / 팔라우)
  • 불가사리 (Roger Munns / 말레이시아 카팔라이)
  • 물개무리 (Roger Horrocks / 남아프리카 공화국)
  • 코스타리카 돌고래 무리 (Roger Horrocks / 코스타리카)
  • 타히티의 해안 (Chris Bryant / 타히티)

애플이 자연 화면보호기에 진심인 이유

사용자 경험

애플은 단순히 기능을 넘어,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이들의 자연 화면보호기, 특히 Underwater 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애플은 단순히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화면보호기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작업이지만, 애플은 이를 통해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는 마치 바닷속을 직접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며,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경험을 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접근 방식은 제품을 넘어서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아름다운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일상에 영감을 주고, 마음의 여유를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조직 문화

저는 애플의 이런 노력이 분명 ‘애플의 겉멋’만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저역시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기업의 방향성 제시는 조직원들에게 보다 명쾌한 판단 기준을 줄 수 있고 조직문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디테일을 중시하고,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 전체에 걸쳐 혁신과 창의성을 장려하며,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결국, 애플의 자연 화면보호기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사용자 경험의 혁신과 환경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를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마치며

이글을 쓰는 지금도 10분 후 작동되는 “혹등고래” 화면보호기를 보며 맥멍 때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잠시 생각에 잠기거나 멍 때리실 때 맥의 수중 화면보호기를 이용하시며 마음의 평온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맥 자연 화면보호기 혹등고래
Underwater 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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